“그래, 결혼하니 좋아?”
유희의 질문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이기도 했다. 재인의 대답은 썩 아리송했다.
“좋거나 나쁘거나, 뭐 그런 성질의 것은 아니야.”
“그럼?”
“그런 걸 초월한 어떤 단계에 진입했다고 할까. 작은 감정들에 예민하게 일일이 신경을 쏟으면 힘들어서 살아갈 수가 없어. 뭐랄까, 업무가 지루하고 반복적이라는 단점이 있지만 꽤나 안정적으로 신분 보장이 된다는 장점이 있는 회사에 취직한 기분이야.” 226p
연인들은 어떻게 이별하는가.
이별이 결국 ‘과정’의 문제라면 세상의 연인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헤어진다. ‘자, 이제부터 각자의 길을 가자’는 합의에 도달하는 커플도 있겠고,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을 수도 있을 것이며, 제삼자가 끼어들어 머리칼을 쥐어뜯는 드잡이를 벌이고서야 끝을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나의 사랑이 완성되었다는 말은, 누군가와 영원을 기약하는 순간이 아니라 지난한 이별 여정을 통과하고 난 뒤에야 비로소 입에 올릴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사랑할 때보다 어쩌면 헤어질 때, 한 인간의 밑바닥이 보다 투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가끔은 행복하게 사랑하는 연인들보다 평화롭게 이별하는 연인들이 더 부럽다. 316p
스무 살이 넘은 뒤부터 아버지와 싸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싸움이라는 것은 모름지기 상대방을 변화시키고 싶을 때 하는 것이다. 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할 때, 잘못된 관점을 교정하고 싶을 때 하는 것이다. 저 사람을 내 힘으로는 죽어도 바꿀 수 없다는 확신이 들 때는 싸움 대신 외면을 택하는 것이 훨씬 편하다고, 오랫동안 나는 그렇게 생각해왔다. 359p
꽤 오랜시간 베스트셀러였던 소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미혼여성들이 읽으면 무릎을 탁 치며 읽었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