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슴도치의 우아함 』 by 뮈리엘 바르베리 지음
내 이름은 르네. 쉰네 살이다.
이십칠 년 전부터 그르넬가 7번지 건물, 내부엔 정원과 들이 있는 특별히 예쁜 건물의, 엄청나게 크고 굉장히 고급스런 여덟 개의 아파트가
들어선, 사람이 안 사는 집은 하나도 없는 이 건물의 수위 아줌마다.
나는 과부고, 못생겼고, 오동통하고, 발에는 못이 박혀 있고, 나를 혐오하는 자들의 말을 빌리자면 아침엔 가끔 입에서 매머드 냄새가 풍긴다고 한다. 학교는 가보지도 못했고, 항상 가난했고, 말이 없었고, 또 남의 관심을 끌지도 못했다. 나는 혼자 고양이와 살고 있는데, 이 녀석은 기분이 거슬리면 발에서 나쁜 냄새를 피우는 게 고작인 게으른 큰 수고양이다....
항상 예의는 바르지만 싹싹하다고는 볼 수 없는 나를 사람들은 좋아하진 않아도 참아주긴 하는데,
왜냐하면 나는 사람들이 수위 아줌마라는 범주로 고착시키는 사회적인 믿음과 아주 잘 부합하기 때문이다. 20p
인간의 현실만큼 더 혹독하고 부당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즉 인간들은, 행위가 아닌 말이 힘을 갖는 세상, 최고의 능력은 바로 능변인 세상에 살고 있다. 끔찍한 일이다. 왜냐하면 결국 우리는 먹고 자고 생식하고 정복하고 우리 영토를 안전하게 지키도록 계획된 영장류이다. 그런데 이 일에 가장 특출한 사람들, 우리들 중 가장 동물적인 사람들이 항상 다른 사람들, 말 잘하는 사람들에게 잡혀 먹히기 때문이다. 반면 이 말 잘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정원을 지키거나 저녁식사를 위해 토끼를 잡아오지도, 혹은 제대로 생식하지도 못한다. 우리는 가장 약한 자들이 지배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건 우리의 동물적 본성에 아주 끔찍한 모욕이고, 타락이며, 깊은 모순이다. 77p
미셸부인…어떻게 말해야 될까? 그녀는 지성으로 번득인다. 그런데도 그녀는 노심초사, 그래, 그녀는 수위처럼 연기하려고, 그리고 멍청하게 보이려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훤히 보인다.
미셸부인, 그녀는 고슴도치의 우아함을 지나고 있다. 겉으로 보면 그녀는 가시로 뒤덮여 있어 진짜 철옹성같지만, 그러나 속은 그녀 역시 고슴도치들처럼 꾸밈없는 세련됨을 지니고 있다고 난 직감했다. 겉보기엔 무감각한듯 하지만, 고집스럽게 홀로 있고 지독하게 우아한 작은 짐승 고슴도치. 206p
등장인물이 많아서 메모해가며 읽었는데
남편이 무슨 재밌는 소설이기에 메모까지해서 읽냐며 놀려댔던 소설이다 ㅋㅋ
겉모습은 고슴도치처럼 형편없지만 박식하고 우아한 수위인 르네와
매우 똑똑하고 영리한, 하지만 심각하게 자살을 계획하고 있는 팔로마라는 소녀의 이야기이다.
두 지적인 사람이 내뱉는 해학이 아주 근사하다.
예를 들면 팔로마가 프랑스 요리에 대해 가진 생각은 나랑 너무 비슷해서 한참을 웃었다는
사실 프랑스 요리는 느끼하고 지나치게 우아하다.
「프랑스 요리는 가소롭다. 그 많은 재능과 방법들, 돈을 들였는데도 그토록 느끼한 결과물이라니… 배를 터트릴 만한 소스들, 고기와 야채를 다져 속을 채워넣은 요리들, 제과류들! 그건 악취미에 속한다…그리고 느끼하지 않은 음식들은 있는 대로 겉을 꾸미기만 한 것들이다. 멋을 부린 래디쉬 무 세개와 해초 젤리로 두른 가리비 조개 두 개를, 선(禪) 흉내만 낸 접시에 담아 장의사 일꾼만큼이나 즐거워 보이는 웨이터들이 내놓으니 배고파 죽을 지경이다. 132p」
해피앤딩이 아니라 새드앤딩이어서 훨씬 기억에 남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