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할 때, 남편에게 약속 받은 일이 한 가지 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외간 여자에게 초콜릿을 선물하지 않는다는 약속이다...
연애를 하면서 한 약속은 대개 무의미해서, 가령 다른 사람은 절대 사랑하지 않겠노라고 약속했다 한들 소용없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안다.
일이 그렇게 되었다면 그렇게 밖에 될 수 없었던 것이고,
또 약속 때문에 그런 기회를 놓치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그러나 가령,
어떤 특별한 사람에게 선물을 하게 되었을 때,
초콜릿을 피하는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깜찍한 쿠키나 꽃다발을 선물하면 되니까.
나는 그때의 성실함을 오히려 신용한다. 32p
결혼한(또는 결혼한 적이 있는) 많은 사람들이 왜 결혼에 대해 별 얘기를 하지 않는지, 스스로 해 보고야 알았다.
꿀처럼 행복하고 아까워서 말하지 않는 것은 물론 아니고,
그렇다고 괴롭고 고통스럽고 우울해서 말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저 모두들 입을 다물고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결혼이 너무도 특수하고 개인적이어서,
우연과 필연이 꽈배기처럼 꼬여 설명하기 곤란한 양상을 띠고 있기에. 87p
“싸움을 해서 좋은 것은 화해를 할 수 있다는 거지.”
제임스 딘이 출연한 영화 <자이언트>의 대사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화해는 싸움의 과정에서 가장 슬프고 가장 절망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화해란 요컨대 이 세상에 해결 따위는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 사람의 인생에서 떠나가지 않는 것,
자신의 인생에서 그 사람을 쫓아내지 않는 것,
코스에서 벗어나게 하지 않는 것.
킵 레트프는 정말 처절하다. 그리고 때로는 터무니없을 만큼 어리석다. 해결된 것은 하나도 없는데, 그래도 편하니까. 124p
‘devil food’. 알코올 중독자의 알코올처럼, 알면서도 멀리할 수 없는 음식물을 가리키는말..
남편은 아마도 나의 ‘devil person’이리라.. 131p
나는 ‘죽음이 우리 둘을 갈라놓을 때까지’란 말로 맹세한 사랑이나 생활은 어디까지나 결과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목적은 아니라고 믿고, 찰나적이고 싶다.
늘 그때, 그때의 상황에 따라 결정하고 싶다.
지금까지는 남편과 같이 있다.
그것이 전부다.
그리고 같이 있는 동안은 함께하는 생활을 마음껏 맛볼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언제간 헤어질 때가 오면 조금은 울지도 모르겠지만.
‘죽음이 우리 둘을 갈라놓을 때까지’ 함께 한다면,
아마 더 울지도 모르겠다. 132p
『당신의 주말은 몇개입니까』 by 에쿠니가오리
냉정과 열정사이를 꽤 재밌게 읽은터라
그녀의 작품을 많이 찾아서 읽어봤었다
2005. 2. 1. originated from kiddie's 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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