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난주. 일본소설책에서 그녀만큼 멋지게 번역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이책은 작가가 아닌 김난주라는 역자 검색을 통해 읽게 된 소설이다.
80분밖에 기억이 지속되지 않는 수학자와 그를 돌보는 파출부,
그리고 그녀의 아들이 보여주는 사랑(에로스가 아닌 아가페적)이야기다.
특히 박사가 파출부의 아들 루트에게 보여주는 모습은,
할아버지가 시은이 사랑해주는 모습이 생각나서 가슴이 찡해왔다.
『 박사가 사랑한 수식 』 by 오가와 요코
220의 약수의 합은 284. 284의 약수의 합은 220. 바로 우애수야. 쉬 존재하지 않는 쌍이지.
페르마도 데카르트도 겨우 한 쌍씩밖에 발견하지 못했어. 신의 주선으로 맺어진 숫자지.
아름답지 않은가? 30p
나는 소수의 매력은 그것이 어떤 질서 속에서 출현하는지 설명할 수 없다는 데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1과 자기 자신밖에는 약수가 없다는 데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1과 자기 자신밖에는 약수가 없다는 조건을 만족시키면서도 각각은 제멋대로 흩어져 있다.
수가 커지면 커질수록 찾아내기 힘든 것은 분명한데, 어떤 규칙에 따라 그들의 출현을 예견하기란 불가능하다.
그 무질서가 완벽한 미인을 추구하는 박사를 사로잡고 있는 것이었다. 89p
“그럼 진정한 직선은 어디에 있을까? 바로 여기에밖에 없어.”
박사는 자기 가슴에 손을 대었다. 허수에 대해 가르쳐줄 때 그랬던 것처럼.
“물질이나 자연현상, 또는 감정에 좌지우지되지 않는 영원한 진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야.
수학은 그 모습을 해명하고, 표현할 수 있어. 아무것도 그걸 방해할 수는 없지.” 164p